벽강 사랑채

[스크랩] 花鬪 48장

벽강박성재 2007. 5. 4. 21:27
 

한국 사람들의 많은 여가선용의 한 방편이자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의례히 벌이지

는 것이 아마도 花鬪(화투) 일 것이다.

화투만큼이나 한국인 들이 즐기는 오락도 드물 것인데, 사실 화투의 숨겨진 많은 이

야기들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화투에 숨겨진 일본문화의 색깔들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말 일본다운

놀이에 푹 빠져 즐긴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이러니 하다.

화투가 유입된 것은 대략 1세기 전 19세기말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사

람들에 의해서 유입되었다고 한다. 그전 까지는 주로 투전이라고 하는 방식의 숫자

가 그려진 노름이 한참 유행했었는데 화투에 결국 밀린 셈이다.


화투는 4장이 하나의 月을 의미하는 단위로 모두 12개월의 48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각각의 월의 의미를 화투 4장에 나누어 여러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사실 이 그림들이 뜻하는 의미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일본의 문화의 세밀한 축소판

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일본 문화의 축소위에 놀고 있는 셈이다. 놀이로서의 화

투에서 이제 그 화투에 담겨진 일본문화적인 것들을 한번 제대로 살펴보자.


1월

 


 

1월을 의미하는 화투에는 鶴(학) 과 떠오르는 일출의 해가 있다. 그리고 소나무의

그림이 1월이다. 일출은 새해를 맞아 학처럼 장수와 건강을 기원 하는 의미로 이

해 할 수 있다.

소나무의 등장은 일본의 세시풍속 중에 하나인 가도마쯔 (かどまつ,門松)의 의미로

매실로 예쁘게 소나무를 장식하는 '가도마쯔' 는 올해의 모든 나쁜 일들은 다 잊어

버리고 새해에는 행복하고 기쁜 일만 맞이한다는 뜻으로 그 해의 마지막 달인 28일

이나 30일에는 집의 현관이나 기둥에 매실로 예쁘게 장식된 소나무를 걸어둔다.

이는 우리나라의 입춘의 날에 입춘대길의 방을 대문에 붙이는 기원하고 유사하다.

그리고 소나무 위에 붉은 띠가 있다. 화투에서 잘 살펴보면 붉은 띠 나 파란 띠

들이 발견 되는데 이는 단책(丹冊)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종이 띠를 말한다.

이 단책의 용도는 일본의 하이쿠(俳句) 대해 알아야 하겠는데 하이쿠란 일본 시

문학의 한 형식으로 전통적 일본 풍류의 멋을 시로 표현하는 일본 가사문학의

한 형식인데 그 형식은 다음과 같다.

하이쿠는 5·7·5의 17음(音)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원래 일본에는 중세 무렵부터

조렝카[長連歌장연시]라는 장시(長詩)가 있었고, 15세기 말부터 이 조렝카는

정통(正統) 렝카[連歌]와 서민생활을 주제로 비속골계화(卑俗滑稽化)한

하이카이렝카 [俳諧連歌]로 갈리었고, 에도시대에 이르러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같은 명인이 나와 하이카이렝카는 크게 유행하였다.

이 하이카이렝카의 형식이 제1구(句)는 홋쿠[發句발구]라 하여 5·7·5의 17 음으로

이루어지고, 제2구는 7·7의 14음, 제3구는 다시 5·7·5의 17음 등, 장·단이 교대로

엮어져 많은 것은 100구, 짧은 것은 36구 등이 있다.

마쓰오 바쇼는 이 렝카의 제1구, 즉 홋쿠를 매우 중요시하여 홋쿠만을 감상하기도

하였으며, 에도 중기 이후에는 이 홋쿠의 비중이 더 커졌다. 메이지[明治]시대에

이르러 시인(詩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렝카의 문예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

홋쿠만을 독립시켜 하이쿠[俳句]라 이름하였는데 이것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정(人情)과 사물의 기미(機微)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

하이쿠는 일본의 와카[和歌]와 함께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를 이룬다.


이 하이쿠 라는 시를 적을때 사용하는 문지가 바로 단책이다. 결국 단책을 의미하는

띠는 일본인 풍류를 의미하는 단적인 상징인 셈이다.


2월

 


 

2월을 상징하는 것은 꾀꼬리와 매화 이다.

2월의 매화는 일본 매화축제가 일본 3대 명원(정원) 중 하나인 이바라키현-茨城縣(자성현), 

미토시(市)의 가이라쿠엔(偕樂園)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펼쳐진다.


참고로 일본 3대 명원은 다음과 같다.

가이라쿠엔(이바라키현) 

켄로쿠엔(이시카와현) 

코라쿠엔(오카야마현)


꾀꼬리가 2월에 매화와 함께 등장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일단 꾀꼬리는 일본

인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새이다. 도쿄의 우그이스다니(鶯谷)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는

‘꾀꼬리가 사는 깊은계곡’, 또는 ‘불우한 처지’라는 뜻의 지명이다.

그런데 이 우그이스다니 지역의 실태가 한국인들의 가슴을 치는 것도 아이러니한 현실

이다(참고로 인터넷에 우그이스다니라고 쳐보시라).


3월

 


 

3월에 등장하는 것이 벚꽃이다. 일본의 벚꽃(사쿠라)은 이때쯤이면 일본인들 마음

전체에 가득하다. 위에서 설명한 하이쿠 시의 대가 마쓰오 바쇼(松尾芭蕉.1644~1694)

의 하이쿠에서도 알수 있다. - '벚나무 아래 국물도 생선회도 벚꽃이어라'

의당 3월에 벚꽃이 등장 할만 하다 하겠다.


이로서 1 2 3 월의 그림들을 알아보았는데 여기서 각각의 월에 붉은 띠에 홍단이

그려져 있음을 알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붉은 색을 아주 상서로운 것으로 여긴다.

또한 계절적으로도 1 2 3 월을 상서로운 달로 여기는 일본인들의 문화가 붉은 색의

홍단의 구성을 만들어 낸 것을 알 수 있다.



4월

 


 

4월에 등장하는 것이 등나무와 두견새이다. 4월의 일본에서는 등나무 축제의 계절이다

또한 고도리로 알고 있는 두견새는 일본 하이쿠에 자주 쓰이는 시의 소재이다.

또한 등나무를 우리는 흑싸리로 잘못 알고 있다.



5월

 


 

5월에 등장하는 것이 란(蘭)으로 알고 있는 붓꽃이다. 붓꽃은 일본에서 여름을 상징

하는 것으로 계절적으로 여름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또한 습지에서 자라는 붓꽃의 특성상 붓꽃을 감상하기 위해 목재로 된 목책 다리를

를 그림에 그려 넣었다. 간혹 그것을 성냥개비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넓은 정원에 붓꽃이 자라고 그 가운데 목책의 산책다리를 만들고 그 정원을 감상하

는 일본식 정원 설계의 단면이다. 극히 일본적인 감성이라 볼 수 있다.


6월

 



 

6월에 등장하는 것이 모란꽃이다. 모란은 일본인들의 가문의 상징이 많고 동양적인

문화에서는 모란을 꽃중의 꽃으로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계절적으로도 여름

에 주로 사용되는 詩의 주재이기도 하다.


7월



 

7월의 등장하는 것이 싸리나무에서 노니는 멧돼지이다. 7월에 성행했던 일본의

멧돼지 사냥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겠다.



8월



 

8월에 등장하는 것이 보름달 과 산 기러기 인데 기러기의 이동철이기도 하고 보름달은

일본의 오츠키미(お月見: 달맞이) 놀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9∼10월 초가을에는 일본은 태풍이 통과할 때를 제외하고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다.

오츠키미는 음력 8월 15일에 참억새나 경단, 감자, 고구마 등을 툇마루나 창가에 마련한

후 달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거나 소원을 말하는 행사이다.

세시풍속에 추석의 만월을 보고 소원을 비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9월

 


 

9월에 등장하는 것이 국화이다. 일본의 國花가 벚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일본의

왕조를 상징하는 것은 국화꽃이다. 또한 9월은 일본의 국화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다.

일본은 헤이안 시대부터 고대 중국의 기수민속(奇數民俗)의 영향으로 중앙절(9월 9일)

에 국화꽃을 술에 넣어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했다는 일본인들의 풍습에서 유래 된

것으로 보겠는데 그래서 목숨 수 -壽 자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수자가 그려진 패가 10점짜리 패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쌍피로

남을 것인가 마음대로 한다는 점은 일본 왕조를 상징하는 국화의 문양이 왕으로서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하게 한다.


10월

 


 

10월 에 등장 하는 것이 숫 사슴과 단풍이다. 가을의 단풍을 즐기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지만 사슴을 사냥하는 것은 일본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서 10월 까지 살펴보았는데 여기서 6월 9월 10월은 파란색의 단책으로 청단

이 구성 되어 있는 것을 알수 있는데 이는 일본에서는 파란색을 흉한 것으로 보고

또한 계절적으로도 6 9 10 월은 장마 집중호우 늦가을 태풍 등 상서롭지 못한 흉

한 것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해 청단을 만들어 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0월 까지 각 달 중 8월만이 단책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추수의 바쁜 계절

에 단책에 詩를 쓰면서  한가로운 풍류를 즐기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11월



 

11월에 등장하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똥광이다. 똥이니 또는 닭머리의 기이한 조류

의 그림은 오동잎과 봉황을 의미한다. 오동잎은 일본의 쇼군 즉 막부(幕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의 정부기관이나 학교등지 또는 지폐의 도안으로도 오동잎이 사용된다.

또한 닭머리로 알고 있는 것은 막부의 우두머리인 쇼군의 상징인 봉황이다.

사실 중국의 고대 장자 나 노자에 보면 봉황은 벽오동이 아니면 앉지를 않았다는 기

록들이 나온다. 그만큼 봉황과 오동의 조합은 영물의 조합으로 여긴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에서도 피가 2장, 10점짜리 패가 쌍피로도 남을 수 있는 것이 9월의

국화 패와 대등하다고 볼 수 있는 패인데 왕가와 대등한 것이 바로 막부이기 때문이다.



12월

 


 

12월에 등장하는 것이 오노도후와  라쇼몽 그리고 수양버들인데 우산 같은 것을

든 사람이 오노도후이다.

오노도후한 인물을 사전에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오노도후(小野道風)

894  ~ 964  일본의 서예가.


미치카제[道風]라고도 한다. 후지와라 유키나리[藤原行成], 후지와라 스케마사[藤原佐理]

와 함께 '산세키'[三跡]의 한 사람이다. 산세키는 사실상 일본 최초의 서예가들로서

조다이요[上代樣]라고 불리는 서체를 완성했다. 정부 고위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도후는

전통적인 중국양식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서체를 완성했는데, 이는 그후 일본 서예의 전형

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존하는 작품 가운데 927년 작품인 〈지쇼대사시호칙서 智證大師諡號勅書〉는 도쿄[東京]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928년에 쓴 시(詩) 〈뵤부조다이 屛風上代〉는 왕실이

소장하고 있다. 이밖에 〈교쿠센초 玉泉帖〉(왕실)·〈하쿠시산타이시칸 白氏三體詩卷〉

이 유명하다.


이 오노도후와 함께 화투에 등장하는 개구리는 오노도후가 젊었을 때 서예에 싫증을 느껴

바람을 쏘이러 나갔는데 장마철 흙탕물에서 벗어나 수양버들에 기어오르려는 개구리의

안간힘을 보면서 크게 깨달아 돌아가서 더 공부에 열중하여 대단한 서예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오노도후의 개구리와 함께 쌍피에 등장한 일종의 문같은 그림은 라생문(羅生門)을

의미하는데 라생문은 헤이안(平安)시대의 교토의 신궁의 남문을 의미한다.

헤이안 시대는 인간과 마물(魔物)이 함께 공존했다고 믿던 시절로 음양사 등의 영화를

보더라도 다분히 밀교적 영향의 주술 등 온갖 신비한 것들이 넘치던 시절이다.

그 라생문은 즉 살아있는 것들을 낚는 문이라는 뜻으로 후에 아쿠다와 류노스케라는

작가의 라쇼몽이라는 작품으로서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룬 문제로

발표 되었고 후에 “七人의 사무라이” “亂” 등으로 유명한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란 영화로도 더욱 알려진 소재이다.

즉 즉은 자와 산자의 사이의 문으로 죽은자가 그 문을 통해 귀신의 세계로 나감을 의미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수양버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일본에서의 화투는 비가 11월을 의미하고 오동이

12월을 의미한다. 한국에서와는 반대이다.

계절적으로도 한참 추운 12월의 수양버들은 우리와는 계절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다.

이는 일본이 위치적으로도 우리보다는 남쪽으로 치우쳐 수양버들의 활동이 우리와는

다른 계절적 태생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로서 12월까지의 전체적인 그림과 의미를 짚어 보았는데 한 가지 더 살펴 볼만한 것

이 있는데 그것이 우키요에 라는 것이다. 유키요에를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우키요에 [浮世繪(부세회)]

일본의 무로마치[室町]시대부터 에도[江戶]시대 말기(14~19세기)에 서민생활을 기조로

하여 제작된 회화의 한 양식.

일반적으로는 목판화(木版畵)를 뜻하며 그림내용은 대부분 풍속화이다.

그러나 우키요에라는 말은 일본의 역사적인 고유명사로, 보통명사로서의 풍속화와는 구별

된다. 전국시대를 지나 평화가 정착되면서 신흥세력인 무사, 벼락부자, 상인, 일반 대중

등을 배경으로 한 왕성한 사회풍속·인간묘사 등을 주제로 삼았으며, 18세기 중엽부터

말기에 성행하여 스즈키 하루노부[鈴木春信]·가쓰가와 ??쇼[勝川春章]·도리이 기요나가

[鳥井淸長]·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磨]·우타가와 도요하루[歌川豊春] 등 많은 천재화가를 배출시켰다.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에 들어서면서 사진·제판·기계인쇄 등의 유입으로

쇠퇴하였으나, 당시 유럽인들에게 애호되어 프랑스 화단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이 우키요에의 그림을 몇 점 살펴보자.

 



 

이 우키요에의 민중 화풍이 사실은 일본인들의 사상의 축약적인 의미를 담아

내는 화풍으로는 아주 휼륭한 미술회화 양식이라는 점이다.

이 밖에도 많은 우키요에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화투의 그림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화풍의 요소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면이 상당히 많다.

이런 민중미술의 한 방법이 화투문양의 구성에 많은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

로 본다.


위와 같이 살펴본 화투에 숨겨진 문화적 의미는 정말 극단적인 일본문화의 산물이다.

우리는 이 같은 일본적문화의 산물을 가지고 즐기면서 일본적인 것에 대한 극한 거부감

을 동시에 갖고 사는 민족이다.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속에 일본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오광에 눈이 멀어 휘두르는 똥광은 우리 머리위로 왔다 갔다 하는 일본 쇼군의

상징이다.

우리도 우리문화의 산물이 표현되어진 아름다운 그림의 화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출처 : 계수사주명리학당
글쓴이 : 癸修 朴 成宰 원글보기
메모 :